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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기업구단, 이랜드의 서울 입성

KKM 2014. 4. 10. 10:55

 2014년 4월 9일 한국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기사가 나왔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1996년 창단 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기업 구단의 K리그 창단 소식이다. 그 기업은 재계 44위이자 연매출 10조에 달하는 이랜드다. 거기에 서울 제2구단을 선언하고 잠실종합운동장을 사용한다고 하자 수많은 떡밥이 양성되고 축구 팬들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희망찬 K리그 미래를 꿈꿨다.



( 이랜드의 로고, 이대로 엠블럼으로 사용해도 괜찮아 보인다.)


 먼저 서울에 제 2구단 창단으로 인해 발생 될 장미빛 미래를 적어보면 첫번째는 역시 서울더비다. 세계적으로 수도에는 많은 팀들이 존재한다. 잉글랜드의 경우 1부리그인 프리미어리그에만 무려 6개의 팀이 존재하고 챔피언쉽을 포함한 하부리그 등록 팀의 수는 42개나 된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경우에도 4개의 팀이 존재하고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 서울은 인구가 천만이나 되지만 축구팀은 단 하나다. 인구 종목인 야구의 경우에는 3개의 팀이 존재하고, 농구의 경우에도 2개의 팀이 있는데 축구만 단 하나다.(프로구단 기준) 그런 서울에 그것도 잠실을 홈으로 사용하겠다고 하는 이랜드가 등장하니 서울더비는 물론 강남'북 더비가 형성되는 것이다. 현재 FC서울의 순위를 살펴보면(10일 기준 11위) 내년부터 서울더비가 시작 될지도 모른다. 어쨋든 새로운 더비가 생기는 것은 K리그 스토리 조성에 큰 도움이 되고 관중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서울 팀 창단은 K리그의 발전으로 가는 길이다.



(광저우의 축구 열기)


 두번째는 이랜드의 공격적인 투자 기대이다. 이랜드의 주 시장이 중국이라는 점에서 많은 축구 팬들은 이랜드가 축구 팀으로 중국 시장에 홍보 하지 않을까?하는 추측이 나왔다. 작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봐서 알고 있듯이 중국에서 축구는 굉장한 인기 스포츠이자 광고 효과가 뛰어난 시장이다. 그러니 이랜드가 축구 팀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여 ACL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상상은 하루만에 무너져 버렸다. 오늘(10일) 올라온 '스포츠서울'의 기사를 보면 자생력을 가진 구단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으로 연간 운영비를 40~50억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 금액은 K리그 챌린지의 안양과 수원의 지출과 같고 승격을 노리는 광주'대전'강원 등의 70~80억보다도 적은 금액이다. 기업구단의 등장에 기뻐했으나 알고 보니 시민구단과 다를게 없다.


(잘나가는 포항 그 중심엔 전통적인 유스 시스템이 있다.)


 요즘 포항 스틸러스가 정말 잘 나간다. K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가 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랜드도 그에 영향을 받은게 아닌가 생각된다. '저비용 고효율'을 기반으로 한 수익형 구단 문화를 구성하겠다고 하는데, 유망주들을 키워내 구단의 자립도를 높인다는 계획이 이제 창단하는 팀에서 가능한지 물어보고 싶다. 유스가 갖춰지지 않았고 이제 신인 드래프트도 점점 줄어들고 자유계약의 시대가 다가오는데 어디서 유망주들을 데리고 와서 키우겠다는지 모르겠다. 포항의 유망주들을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 포항의 결과물이 매년 20억씩 수십년간의 투자끝에 나온 결실이란 것을 알아두웠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엄청난 투자는 아니여도 기업 구단의 등장에 기대가 컸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서울 연고의 복수 구단의 등장은 K리그의 장기적 흥행요소로 다가올 것이다. 이랜드가 사용할 것으로 유력한 잠실종합운동장은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을 잘 활용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