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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소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KKM 2013. 11. 15. 11:56



 본문에는 스포일러가 담겨져 있습니다. 치명적이진 않지만 경우에 따라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기에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처음 이 소설의 제목을 보고 "뭐가 이리 길고 우울한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제목보다 그 작가의 이름 값에만 초점을 두었기에 제목이 특이하다는 생각을 잠시하고 '색채가 없는'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책을 집어 들었다.


 제목에 대한 궁금증. 즉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의 대한 의미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되었다. 색이 없다는 것은 다자키 쓰쿠루라는 이름에 색깔이 없다는 점이었고 그것은 그의 친구 4명의 이름에 존재하는 색상들 (아오, 아카, 시로, 구로)를 통해 더욱 부각되어 색채가 넘치고 개성이 강한 그들의 그룹에 색채가 없고 특징이 없는 다자키 쓰쿠루를 설명하는 것이었다. 


 소설은 절친한 그룹을 이루던 나고야에 남은 친구 4명에게 갑작스럽게 연락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고 그 후 그의 방황과 그의 여자친구(?) 사라와의 대화로 쓰쿠루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게 해주며 그가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해결해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친구들에게 어느 순간 연이 끊긴지 16년이 지난 뒤에 그들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일까? 하지만 쓰쿠루는 용기를 내서(사라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자신 속에 남아있는 무언가를 알아내려) 그들을 찾아가는 순례를 떠난다. 그 과정에서 색채가 넘치는 옛 친구들을 만나서 그들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색채를 알게 된다. 자신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의 색채를 친구들은 알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색채를 알아가는 그 과정에서 그의 친구들이 해준 말들이 소설의 핵심이라고 본다. 주인공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매우 부정적이고 자신감이 없고 자신이 해오던 행동에 대해 합리화 시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친구들은 쓰쿠루를 제대로 보고 있었다. 그가 떠난 순례는 자신을 찾는 여행이었고 새로운 나를 만든 계기가 되어 용기를 얻어 자신의 욕구(사라와의 사랑)를 드러내게 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 저명한 일본 작가인 그의 소설을 나는 이 소설로 입문했다. 내가 자주 가는 편의점의 알바가 일본인이라 한 번 그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그 질문에 그는 "일본 제일의 소설가"라고 짧게 평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평가는 대단하다. 나 또한 그러한 평가를 계속 듣다가 이번 소설을 큰 기대 속에서 읽게 되었고 금세 완독까지 했다.


 허나 내가 느낀 것은 기대와 만큼 '대단한' 소설로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가 너무 컸던 것 일지도 모른다. 쓰쿠루의 행동들 그의 말들은 나에게 일명 '중2병'스럽게 다가왔고 소설 내에서 핵심으로 다가온 문제가 생각보다 너무 허무하게 해결되어 실망감을 주었다. 거기에 결말이 가져다주는 찝찝함까지..


 그의 전작들이 대단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소설은 '대단한' 소설은 아니고 '괜찮은' 소설이었다. 나의 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는 못했지만 그의 파급력과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알 게 되었고 그의 전작들도 한 번 언젠가 찾아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