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9] 비오는 숭의아레나에서 펼쳐진 인천과 울산의 경기
역대급 슈퍼매치가 있던 토요일은 날씨도 환상적이었는데 그 다음날인 일요일은 비가 굉장히 내리는 날이었다. 축구를 관전하기에도 선수들이 축구를 하기에도 불편한 그런 날이지만 비오는 날의 경기를 보는 것도 근 1년만이기에 살짝 기대하고 경기장을 찾았다. 내가 찾은 경기는 대한민국
축구 전용구장 중에서 최고의 관전을 보장하는 숭의 아레나에서 펼쳐지는 K리그 7라운드 인천과 울산의 경기였다.
평소에 W석 1층 중앙을 지정석 삼지만 숭의 아레나의 경우 1층에 앉을 경우 비로부터 안전하지 못해 2층을 향했다. 문학 종합운동장을 포함해서 인천의 홈 경기를 2층에서 본 적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시야는 물론이고 주의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2층 중간쯤에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시야. 축구 보기에 굉장히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W석 2층 중앙에는 기자석이 준비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들을 만났다. 바로 부천 FC 코칭스태프와 몇몇의 선수였는데 처음에 최진한 감독님인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아서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얼굴을 확인하고 역시 감독님이구나 확신을 가지고 주위 인물들도 확인해보니 부천 관계자들이었다. 부천은 경기 전 날에 챌린지 최강 상주를 상대로 이현승이 원더골을 보여주며 승리를 챙겼는데 이날은 FA컵에서 만나는 인천의 전력을 확인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최진한 감독님과는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지만 뒤에 앉은 박재홍 선수와 살짝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역시 FA컵 대비로 경기장을 찾았다고 한다.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부천 일행을 보고 느낀 것이 인천은 그들과 경기를 앞두고 있는데 기자석을 내주고 대접을 해줬다는 사실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따뜻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축구를 본다 생각하니 느낌이 새로웠고 인천의 좋은 모습이 나올 때마다 바빠지는 부천 코치진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밌었다. 이제 이날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울산은 최근 너무 힘을 빼고 운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난주에 있었던 대전과의 원정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이른 시간에 넣고 그 뒤에 추가 득점을 노리지 않는 모습이었고 철퇴와 패스 축구보다는 선 수비 후 뻥축구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렇게 소극적으로 경기 운영을 하다보니 후반전에 들어서서 완전 인천이 울산 진형에서 반 코트 게임을 하게되는 상황까지 됐다. 그리고 데드볼 상황에서 박세직의 엄청난 프리킥 골로 인천이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박세직의 동점골이 나오자 이제서야 울산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이 모습이 너무나 익숙했다. 왜냐하면 바로 지난주 대전과의 경기에서도 울산은 그렇게 플레이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른시간에 다시 역전하기에 울산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고 경기는 대전과의 경기처럼 무승부로 끝이 났다.
2층에서 경기를 보면서 꽤 만족스러웠다. 경기 내용도 인천의 분전 덕분에 흥미로웠고 근처에 있던 부천 관계자의 모습은 신기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구매한 볼비어의 맛도 만족스러웠고 볼비어를 담은 플라스틱 잔도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비오는 경기장에서 매섭게 부는 바람만은 고통이었지만 말이다.
최근 인천이 보여주는 좋은 경기력과 창단 이후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부천이 만나는 FA컵이 정말로 기대된다. 부천과 인천 모두 지난 주말에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3,494일 만에 펼쳐지는 032더비는 이번 FA컵에서 최고의 관심 경기가 될 거라 생각된다. 29일 부천에서 펼쳐지는 이번 2015 하나은행 FA컵 32강의 경기를 직접 보고 싶으나 일정상 직관을 가지 못하고 중계마저 없는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크다.
Ps. 축구장에서 파는 맥주 중에서 볼비어가 최고다. 가격도 대형 마트와 크게 차이나지 않고 플라스틱 잔도 굉장히 마음에 든다. 집에 가져가서 사용할 정도로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