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여 품격있는 셀링리그가 되어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미국의 심장 전문의 로버트 엘리엇의 저서에서 나온 명언이다. K리그의 현재 상황에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현재 K리그의 현실은 어둡기만 하다. 일본, 중국, 중동 리그의 압도적인 자본력에 우리들의 스타와 유망주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 경기가 좋지 않아 투자가 줄어든는 K리그의 현실 앞에서 그들처럼 큰 금액으로 선수를 잡는 것은 힘들어보인다. 이런 현실을 피할 수 없으니 이제 즐기기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먼저 셀링리그임을 인정하자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편해질 수 있다. 우리는 셀링리그임을 인정해야 한다. 셀링리그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 인정하고 대비하는 편이 낫다. 축구라는 세계적인 스포츠의 특성상 우리가 제도적으로 금지하여 선수들의 이적을 막을 수 없다. 만약 그런 제도를 만든다면 아마 국제스포츠분쟁재판소(CAS)나 피파에 신고가 가 가고 국제적 망신을 당할 것이다.
셀링리그를 인정했다면 이제 무엇을 기대해야 할까? 그것은 아마도 리그 수준이 최소한으로 낮아지기를 바라지 않을까? 그것을 이루기 위한 핵심에는 외국인 선수가 있다. 돈이 없어 선수를 빼앗기고 있는데 무슨 헛소리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뒤에서 자세히 설명하도록 하겠다. AFC 챔피언스리그 및 K리그에서는 최대 4명(3+1)의 외국인 선수가 뛸 수 있다. 그 말은 최소 7명의 한국 선수가 뛴다는 말이다. 우리가 아직까지 아시아 최고 리그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여기에 있다. 팀의 기본이 되는 자국 선수들의 수준이 우리가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외국인 선수 한두 명만 잘 영입하면 리그의 질적하락을 최소화하고 ACL에서 다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엘도라도를 개척하라!
엘도라도는 스페인어로 스페인 정복자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황금이 넘쳐난다는 전설의 이상향을 말한다. 그 엘도라도가 우리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다. 바로 스페인 2부리그 세군다 디비시온이다. 최근 전북 현대는 세군다 디비시온에서 16골을 기록한 우르코 베라를 영입했다. 그리고 오늘(23일) K리그 챌린지 수원 FC가 해외축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들어봤을 시시의 영입 발표를 앞두고 있다. 평소 우리가 흔히 보는 외국인 선수는 브라질이거나( + 브라질이거나, 브라질이거나, 브라질이거나……) 동유럽 선수가 조금 섞여 들어왔지만 스페인 선수들이 그것도 상위리그에서의 제의를 무시하고 K리그로 왔다는 것이 매우 흥미롭다. (그것도 두 명이나)
(오늘 그의 영입 발표가 있을 예정이다! - 사진출처 - 수원 FC 공식 페이스북)
이러한 배경에 세군다 디비시온의 특징에서 찾을 수 있다. 2부리그라는 특성상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기에 주로 1년 단위의 계약을 한다. 그래서 올 여름한국으로 온 스페인 선수들이 자유계약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이런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다른 이유에서는 중국에 가기위한 교두보로써 생각하고 왔을 가능성도 있다.
어딘가의 주리그인지 전국리그인지 활약이 확실한 지도 모르는 브라질 선수를 세 명 데려와서 대박이 터지기를 복권 긁듯이 바라지 말고 스페인을 노렸으면 한다. 베라와 시시는 확실한 커리어와 실력을 가졌고 나이도 에두보다 훨씬 어리다.
물론 이들이 모두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미 K리그에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출신인 오스마르가 리그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다른 아시아 국가인 태국 부리람 Utd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한국에 와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스페인 국적의 선수가 K리그에서 통함을 보여줬다. 그렇기에 다른 선수들의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좋은 활약을 한다면 (그들이 원하는?) 중국 혹은 중동 클럽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그들을 영입하려고 할 것이다. 셀링리그로 유명한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에서 자국 선수의 해외 이적도 많지만 그보다 싸게 데려온 선수를 해외리그에 비싸게 파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도 그런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치면서
리그의 품격을 평가하기 위한 많은 것들이 존재하겠지만 그 중에서 경기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말짱도루묵이다. 질 좋은 선수의 이탈을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수준있는 선수로 저렴한 값에 대체한다면 팬들도 큰 불만이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글은 매우 긍정적으로 바라봤을 경우라는 점을 염두해줬으면 한다. 이적료로 벌어들인 돈을 다시 새로운 선수를 영입하는 방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품격있는 셀링리그가 아닌 폐업정리 리그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이번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유소년 투자를 체계적으로 개편하고 지원하여 수준 높은 국내 선수의 수급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스페인 세군다 디비시온을 시작지점으로 삼고 다른 유럽의 엘도라도를 찾아야 한다. 이를 보면 전북은 확실히 K리그의 리딩 구단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됐다. (그들이 데려온 레오와 이번에 데려온 베라까지) 경제가 좋지 않은 국가는 우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 스페인을 비롯한 많은 유럽 국가에서 우리들의 엘도라도를 발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