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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he Manager] 오일머니에 굴하지 않는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

KKM 2012. 10. 10. 22:35

 최근 유럽 축구의 추세를 보면 오일머니를 등에 업은 신흥 부호의 등장이 눈에 띈다. 2003년 러시아 부호인 아브라모비치가 프리미어리그 첼시를 인수를 시작으로, 2007년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로 탁신 태국 전 총리가 등장하고 그 다음해인 2008년에 현재 오일머니의 최강자로 불리는 만수르가 등장했다. 그 후에 스페인의 말라가, 러시아의 안지, 프랑스의 PSG 최근 EPL의 퀸즈 파크 레인저스에 이르기까지 신흥 부호의 손으로 넘어갔다. 이런 상황이니 최근 성적이 좋은 팀들을 보면 대다수의 구단이 구단주가 어마어마한 부호인 경우가 많다.


Barclays Manager of the Month:David Moyes

 (9월에 이달의 감독에 선정된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


 이러한 현재 세계 축구의 상황을 보란듯이 엿먹이는 감독이 있다. 바로 에버튼의 모예스 감독이다. 축구좀 보거나 EPL에 관심이 많던 축구 팬들은 이미 잘 알고 있을 바로 모예스 감독을 The Manager 첫번째 주인공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에버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잉글랜드 리버풀에 연고하고 있는 에버튼은 1878년 창단 된 이후 현재 총 107시즌째 리그에 참가 중인데 이는 잉글랜드 축구 클럽 중 가장 오랜기간 1부리그에 참여한 기록이다. 리그 우승은 총 9회이며 이는 4번째로 높은 횟수다. 클럽 애칭으로는 피플스 클럽, 토피스 등이 있다.


 

(에버튼의 홈구장 구디슨 파크의 모습이다.)


 홈구장은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Goodison Park)로 1892년에 개장했으며 수용인원은 4만명이다. 에버튼의 평균 관중은 3만 6천여명 이상이다.


(에버튼과 리버풀의 머지사이드 더비)


 에버튼의 라이벌은 리버풀이며 두 팀의 경기를 머지사이드 더비라고 한다. 두 팀이 라이벌이 된 유례를 보면, 안필드(리버풀 홈 구장)의 주인인 존 호울딩과 당신 안필드를 홈 구장으로 사용하던 에버튼 구단 위원들과의 내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이후에 호울딩에 의해 리버풀 구단이 창단되었고, 이로 인해 에버튼이 구디슨 파크로 옮겨 가면서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또 종교가 다른 점도 이유가 될 수 있는데, 에버튼은 가톨릭교 신자가 많고, 리버풀엔 개신교 신자가 많다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대략적은 구단 역사 설명은 여기서 마무리하고, 모예스 감독이 오기 전 에버튼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다. 1998-99 시즌 레인저스에서 성공을 거둔 월터 스미스를 감독으로 임명했는데, 당시 구단주였던 피터 존슨은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팀의 핵심 공격수인 던컨 퍼거슨을 뉴캐슬에 팔아버렸는데, 이에 화가난 서포터들은 구단주의 사임을 요구했고 에버튼의 팬이자 연극 작가인 빌 켄라이트가 구단을 인수해 새로운 구단주가 되었다. 재정난은 조금 좋아졌지만 강등만 안 당했을뿐 하위권 성적은 그대로 였다. 2001-02 시즌 에버튼은 강등 위그를 겪었었고 결국 윌터 스미스 감독을 해임시키고 우리의 주인공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을 선임한다.


 모예스 감독은 에버튼에 오기전 4년동안 포레스턴 노스 엔드 감독으로 지냈는데 4부리그에서 3부리그로 승격 시킨 전력이 있었다. 그리고 모예스 감독이 부임한 에버튼은 강등을 면하게 된다.




                                        (에버튼 시절 루니의 모습)


 모예스 감독이 부임하기 전 에버튼은 2000-01 시즌 16위, 2001-02 시즌 강등권이던 팀을 15위으로 시즌을 끝내며 강등권 탈출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다음해 모예스 감독은 강등권에서 헤매던 그 팀을 리그 7위에 올리게 된다. 2002-03 시즌은 에버튼 유스인 루니의 활약이 컸다. 당시 루니는 아스널을 상대로 결승골을 넣어 아스널의 30경기 무패행진을 깨뜨렸고,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최연소 득점자가 되었다. 하지만 다음 시즌 모예스 감독은 전 시즌에 비해 엄청난 부진을 겪으며 17위로 리그를 마쳐 겨우 강등권을 탈출했고, 2004년  8월 루니는 2700만 파운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게 되었다.



                                            (에버튼의 구단주 빌 켄라이트)


 루니를 이적 시키고 2004-05 시즌에 에버튼은 더비 라이벌인 리버풀을 제치고 4위로 리그를 마감해 34년 만에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되었다. 2005-06 시즌 초반 극심한 슬럼프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광탈하게 되었고, UEFA 컵에서도 탈락하게 되었다. 리그 초반 강등권을 헤매다가 시즌 막판에 중위권으로 마감하게 된다. 2006-07 시즌에는 6위로 마감해 UEFA 컵 출전에 성공 한다. 


 그 뒤로 모예스 감독은 꾸준히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명장의 대열에 오르게 된다. 여기까지만 보면 그냥 어느정도 실력있는 감독으로 끝날 수 있지만, 모예스 감독은 다른 감독들과는 다르다. 구단주인 빌 켄라이트는 전 구단주 존슨이 에버튼에 남긴 빚을 청산하느라 재산의 대부분을 탕진했으며, 부족한 재정을 영국 최대 유통업체인 테스코의 지원을 받아 해결하려 했지만 실패한다. 그는 부족한 재정을 해결하기 위해 카타르 왕자에게 구단을 매각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함으로써 모예스 감독에서 약속했던 매년 5M의 이적료는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되버렸다.


 빚을 안고 사는 구단의 사정상 모예스 감독은 적은 돈으로 선수단을 꾸릴 수 밖에 없었다. 하부리그와 변방 클럽에서 뛰는 선수, 하향세에 접어든 선수, 2군 선수, 리저브 팀의 유망주 중 가려서 임대나 저렴한 이적료로 데려오는 방법으로 버텼다. 그래서 휴식기에 모예스 감독은 휴양지 대신 리저브리그 경기장을 찾는다.


 모예스 감독의 선수 보는 눈은 정말 대단하다. 루니를 팔고 얻은 이적료로 케이힐을 영입하는데 이때 반대가 심했었다. 하지만 그는 성공하고 팀의 핵심이 되었다. 또, 토마스 가라베센, 미켈 아르테타(임대 후 이적) 등의 성공적인 영입으로 챔피언스 리그 진출에 성공했다. 챔피언스 리그 진출로 과감한 투자(누노 발렌테, 앤디 판 데르 메이데, 사이먼 데이비스, 마테오 페라리, 필립 네빌)을 했지만 리그와 챔피언스리그 병행에 실패한다. 그 후 5위에서 8위 권을 유지하며 유로파리그 진출을 노리는 위치에 있다. 하지만 그의 선수 보는 눈은 인정 받을 수 밖에 없다. 아르테타는 200만 파운드에 에버튼으로 이적 했는데, 아스날에 무려 1000만 파운드에 팔았으며, 레스콧은 300만 파운드에 영입하여 맨체스터 시티에 2200만 파운드에 팔았다. 팀내 주축 선수들도 리그 상위권 팀들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팀 케이힐은 150만 파운드, 필 자기엘카는 400만 파운드, 레이튼 베인스는 600만 파운드에 영입했는데 현재는 몸값이 무십배 뛰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능력이 아닌가!  이번 시즌 팀의 유망주 로드웰을 맨체스터 시티에 최대 1800만 파운드에 팔고, 겨울 이적시장에서 펠라이니를 팔 수도 있다고 말한 모예스 감독은 EPL 최고의 거상이 아닌가 싶다.


 이전에 모예스 감독은 "2000만 파운드만 쓸 수 있다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라고 말 한적이 있다. 이번 시즌 2000만 파운드를 쓰진 않았지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현재 7R 결과 4승 2무 1패로 리그 4위에 올라 있는 에버튼이 이번 시즌 큰 부상만 없다면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 할 수도 있다고 본다.


 선수 살 돈이 없어서 복권을 구매하고, 리저브 경기를 관전하러 가는 모예스 감독이 이번 시즌 돈 많은 구단들을 때려 부시는 멋진 광경을 보여주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