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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칼럼

- [ 칼럼] 고양 국민은행이 안양 FC에게 흡수되는 것은 윈윈전략이긴 한데..



 2012년 10월 10일은 안양 축구팬들에게 매우 특별한 날이다. 10일 오전 10시 제192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를 열고, 발의한 '안양시 시민프로축구단 창단 및 지원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재적의원수 21명 중 찬성 12표, 반대 9표로 안양 FC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2003년 안양LG 치타스(현 FC서울)가 서울로 연고 이전한지도 약 10년이 지난 후 안양 축구팬들은 자신들의 연고 팀이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사진 출처- 안양 FC 시민연대 페이스북)


 창단 발표가 된지 약 1달이 지나고, 안양 FC는 오늘 엄청난 뉴스를 내보낸다. 그것은 바로 내셔널리그 최강자인 고양 국민은행(이하 고양 KB)가 내년 시즌 2부리그로 시작하는 안양 FC에 흡수 된다는 것이다. 선수는 물론 감독과 고양 KB가 쓰던 버스와 각종 자산들을 모두 흡수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양 KB가 해체 후 안양 FC에 흡수 된다는 내용이다.


 이 내용은 수 많은 국내 축구팬들에게 큰 파장을 남겼다. 결국 고양 KB가 안양으로 연고이전 한거나 다름없는 거 아니냐? 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KB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결국 안양과 KB 둘다 윈윈 하는 거 아니냐? 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안양과 KB의 흡수는 윈윈전략이며 KB의 선택이 고맙다고 생각한다. 몇가지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해결 된다면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


긍정적 결과와 문제점을 보기 전에, 먼저 실업 축구 최강자로 불리는 고양 KB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고양 KB의 엠블럼)


 고양 KB는 1969년에 창단되어 1983년과 1984년에 K리그에서 활동한 기록이 있다. 그 이후로는 계속 실업 축구에서 활약하다 1997년 IMF와 맞물려 해체한다. 그로부터 3년 후 2000년에 재창단 되어 K2(현 내셔널)리그 출범과 함께 김포시를 연고지로 리그에 참여하지만 전기리그가 끝난 후 고양시로 연고이전하게 된다.

 2006년에 K리그 승격 거부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으며, 내셔널 리그 우승 횟수는 3회고 현재 인천 코레일과의 신한은행 2012 내셔널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이러한 실업 축구계의 최강자가 내년 시즌 2부리그에 참여하는 안양에 흡수 되는 것은 강력한 우승후보의 탄생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양 KB가 안양에 흡수되는 배경을 보면, KB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2부리그를 고려하고 있다라고 입장을 발표했는데, 연고지인 고양시가 안산에서 쫒겨난 H FC를 고양으로 불러들여 고양 HI FC로 창단 발표하고 2부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이렇게 되서 KB는 같은 연고에서 2부리그를 추진하는 것은 무리로 판단했다. 내셔널리그 잔류를 하려 했던게 원래 목표라는 말이 나왔었는데, H FC가 고양으로 오게 되어 다른 지역으로 가서 2부리그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많은 축구 팬들이 울산 미포조선이나 고양 KB가 잠실을 연고로 2부리그에 참여할 것이다 라는 기대를 하기도 했다. 2부리그를 추진하려 했으나 은행법이나 법인화 문제등 문제점이 많아서 포기하고 결국 KB는 안양을 택했고, 이번 시즌을 끝으로 43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해체하게 된다. 고양으로서는 2부리그 팀을 원했고 안양은 스폰서를 원하고 있었으니 이는 윈윈전략이 아닌가?


 긍정적 측면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알아보면, 


첫번째, 안양 FC는 재정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메인 스폰서로 국민은행이 들어오고, 선수단을 그대로 받는 것은 선수 수급이 어려운 2부리그 팀 현실에서 엄청난 이득이다. 안양 시의회는 안양 FC는 창단 조건으로 창단 첫 해 창단 준비금 3억과 지원금 15억을 지급하되 2~3년차에는 지원금 10억을 4~5년차에는 지원금 5억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매년 지원금이 줄어간다는 내용인데, 국민은행이 메인 스폰서로 1년간 10억원씩 3년을 지원해 준다니 창단 초기에 발생할 금전적 문제를 매우 줄이는 좋은 결과라고 본다. 거기다 실업 최강인 선수와 코칭 스태프를 얻었으니, 얼마나 이득인가.


두번째, 빠른 승격을 이룰 수 있다. 이미 내셔널리그에서 최강으로 등극한 KB가 안양에 흡수 되었으니, 승격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에 2부리그 강자로 예상되는 상주 상무(아직 연고지 계약이 되진 않았다.)와 경찰청이 리그를 지배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는데 이젠 안양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게 됐다. 참고로 내년 시즌부터 시행되는 승강제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하자면, 2013년 시즌 K리그(1부)에서 13위와 14위는 자동 강등이고, 12위는 2부리그 우승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게 된다. 14년 시즌은 1부리그 12위팀은 자동 강등되고 11위팀은 2부리그 2위팀과 승강 플레이오프를 하고, 2부리그 1위팀은 자동 승격한다. 만약 내년 시즌을 1위로 마치고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게 된다면, 14년에 안양 팬들이 그토록 원하던 서울과의 경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부정적 측면


사실 부정적 의견도 많다. 그것도 상당히.


첫번째, 팀을 잃고 좌절 했던 팬들이 자신들의 팀을 얻었는데, 그 팀이 다른 연고지에서 팀 해체를 하고 안양으로 왔다는 것이다. 이는 연고이전으로 좌절했는데 새로운 방식의 연고이전으로 팀을 얻은 격이 되버렸다. 창단 후 자신들의 색채를 만들고 알리려고 준비 했을텐데 이미 안양 FC는 고양 KB의 이미지가 덮여 씌어져버렸다. 거기다가 일부 팬들은 연고이전 팀을 비하하는 단어인 패륜을 사용하여 일명 '흡패(흡수 패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결국 고양 KB의 서포터들은 팀을 잃게 되었고, 안양은 재창단 되었는데 KB가 흡수되어서 들어오니 안양 팬들 입장에서는 찝찝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두번째, 안양 FC는 신규 창단이므로 프로축구연맹에서 제시한 혜택들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는 매우 큰 혜택인데, KB가 흡수되므로 사실상 새로운 구단이 아닌거나 마찬가지인데 신규 구단 창단으로 주는 혜택들을 안양에게 주느냐? 는 이야기다. 아직 확정되서 나오는 이야기는 없고 언론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지만, 이건 매우 사항이라고 본다. 다른 신규 구단들이 드래프트로 신인 선수들을 뽑아갈 때, 안양은 이미 드래프트에 나올 준척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가 나올 수도 있고, 다른 구단들에게 반발이 나올 수도 있는 문제라고 본다.


세번째, 일부 팬들의 말처럼 KB가 축구계에 손을 떼려는 것이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다. KB는 이미 과거에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준 적이 있다. 바로 위에서도 언급했던 승격 거부 사태인데, 그때 KB가 주장했던 내용은 일단 주주들이 반대하였고, 은행법에 문제가 된다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이 내용을 변명으로 생각한 축구팬들이 많았다. 왜냐하면 당시 승격시 연맹에 가입금과 축구발전기금을 지불해야 했고, K리그 운영이 적자 폭이 크기 때문에, 승격시 큰 금전적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라는 추측이었다. 거기에 고양 KB 해체  후 안양에 흡수되는 걸 보고, 축구단 해체의 명분을 찾은 것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KB가 3년간 10억원의 지원을 해주다 기간이 지났을 때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이다. 최근 K리그 구단들이 금전적으로 부족하여 임금 체불 사태도 일어나는 상황인데, 재정적으로 부족한 안양 FC가 만약 K리그에 진출한 상황에서 KB가 스폰서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면 큰 혼란이 올 것으로 보인다.


네번째, 고양 KB를 응원하던 그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는 안양이 자신의 팀을 잃던 그 때와 마찬가지다. 이 또한 자고 잃어나니 자신들이 응원하던 팀을 잃은 것이다. 팬이 얼마 되지 않지 않느냐? 라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다. 얼마 되지 않는 팬은 팬이 아닌 건가? 고양 KB에는 보레아스라는 서포터즈가 있다. 승격 거부사태때 분노해 고양 KB 응원을 포기했던 만큼 열정이 넘치는 팬들이다. 이제 그들에겐 고양 KB가 없다. 유랑하며 떠돌던 HI FC만 있을 뿐이다. 그것도 할렐루야가 고양으로 와서 재창단 한 것인데 보레아스가 HI FC를 쉽게 응원할 수 있을까?



 끝으로 내셔널리그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망조가 보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재 내셔널리그는 암울하다. 양대 축인 고양 KB와 울산 미포조선 중 고양 KB는 이미 안양에 흡수되었다고 발표가 되었고, 미포조선은 서울로 연고지를 옴겨 2부리그에 참여하려고 한다는 루머가 나오고 있다. 만약 미포조선까지 2부리그에 참여한다면, 2부리그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3부리그 격인 내셔널리그의 존폐가 위험해진다고 본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서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남은 내셔널리그 팀들이 지금도 적은 관심을 받으며 운영 중인데, 더욱 관심이 줄어든다면 운영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내셔널리그 챔피언 결정전은 바로 오늘이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고양 KB와 인천 코레일이다. 모든 축구 팬들이 오늘 있을 A매치 호주전에 관심을 가지겠지만, 평생 축구를 하며 살아오던 이들인데 자신이 뛰고 있는 리그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서호정 기자가 '한국 축구 전체를 보면 아랫돌 빼서 윗돌에 쌓는 격이라는 표현과 리그를 떠받던 기둥마저 빠지게 된 내셔널리그는 이제 어디서 의미를 찾아야 하나'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국 축구의 기형적인 구조가 또다른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