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팬들이나 여러 전문가들이 흥행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이 있다. 그건 K리그에는 스토리가 부족하니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내용이고 여러분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런데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는 매년 꾸준히 나오지만 정작 달라지는 건 없다. 그런데 신생팀이 스토리텔링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 K리그의 막내는 뭔가 특별하다. 영재가 아닐까?
(서울 이랜드 FC의 엠블럼, 사진 출처 - 서울 이랜드 FC 공식 페이스북)
The Offer
(그저 공개테스트였을 뿐이다 - 이하 모든 사진 출처는 서울 이랜드 FC 공식 페이스북)
'The Offer'라는 타이틀을 걸고 이랜드의 행보는 많은 언론과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았다. 뭔가 거창해 보이는 이 'The Offer'는 모든 구단이 하는 공개 테스트였다. 누구나 하던 공개 테스트에 이름 (The Offer)를 붙이고 참가 선수들의 '스토리'를 받아 구단 공식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그리고 이 평범하다면 너무나도 평범한 공개 테스트에 스토리가 생겼고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밀어도 아무 일도 없으니 밀지 마시길, )
매년 모든 구단이 행하는 이 공개 테스트를 이랜드는 마치 유명 축구 오디션 프로그램인 'The Chance'를 보는 기분을 들게 만들었고 'The Offer'의 결과로 레니 감독의 선택을 받은 K3 리그 득점왕 최유상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로 보이게 됐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늘상 해오던 행동들도 의미를 부여하면 새로운 스토리로 변모한다는 거다. 그리고 이랜드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레니의 아이들
이랜드의 감독인 레니의 선택을 받은 선수들에 대한 기사가 매일 꾸준히 쏟아졌다. 어떤 기사는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가기도 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사실 레니라는 감독의 이름을 제외하면 우리가 잘 모르는 선수들의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그러한 기사는 비시즌인 겨울 조용한 국내 축구 기사를 뜨겁게 채워나갔다.
(무명 선수에 대한 소개를 이렇게 소개해주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 레니의 아이들 검색결과)
한 포털 사이트에 '레니의 아이들'을 검색한 결과다. 선수 한 명 한 명의 모든 스토리를 끌어서 기사화했다. 이랜드는 자신들이 뽑은 선수들에게서의 모든 스토리를 놓치지 않으려 했고 그들을 잘 모르는 축구 팬들에게 자신들의 신인을 꾸준히 알리며 팬심을 모았다.
기존의 신인들에 대한 기사를 생각하면 드래프트 1순위로 뽑힌 선수에 대한 간략한 인터뷰나 부상으로 잊혀졌던 유망주의 재기를 기대하는 기사, 혹은 구단 유스 출신의 대형 신인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었지 이렇게 완전한 신인에 대한 이야기가 기사를 통해 소개되는 경우는 찾기 어려웠다. 이랜드는 스토리의 중요성을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고 함을 이를 통해 알 수가 있다.
영입 발표도 남들과 다르게
이랜드 공식 페이스북에서 현재 선수 명단을 공개하는 과정에서 미드필더 부분에서 D-1로 선수 한 자리를 만들어 두고 다음 날에 영입 발표가 있음을 공개하며 팬들의 기대와 관심을 모으게 한 뒤에 제대로 한방 터트렸다.
포항 스틸러스의 김재성을 영입함으로써 이랜드는 신인과 베테랑이 조화되기 시작했고 김재성 발표 이후 계속 되는 대형 영입(김영광, 조원희) 을 통해 창단 후 바로 승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클래식 상위 팀과 견줄만한 시즌권 가격
처음 시즌권 가격을 보고 엄청나게 놀랐다. 성인 15 만원은 물론이고 청소년과 어린이도 그 어느 클래식 구단들 보다 높은 가격이기 때문이다. 이랜드의 어린이 시즌권으로 어느 K리그 클래식 구단의 시즌권을 2장도 구매 할 수 있을 정도니 2부리그로 시작하는 신생팀 치고 굉장히 높은 가격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거기다가 이 티켓은 한정 2015장으로 판매하고 이들에게 창단 멤버 혜택(경기장에 자신의 이름이 새겨지고 그것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외에도 많은 혜택이 있다.)을 주었다.
기사에 따르면 시즌권은 매진되지 않았지만 천 장을 넘기는 판매를 이뤘다고 한다. 신생 구단임을 생각했을 때 시즌권 천 장 판매는 성공적인 데뷔라 볼 수 있다. 시즌권 가격을 통해 이랜드는 기존 K리그 구단들이 했던 초대권(일명 공짜표)를 뿌리지 않고 티켓의 가치를 절대 낮추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겠다는 이랜드의 행보는 다른 구단이 알면서도 하지 못하는 행동임을 생각했을 때 정말 파격적이고 서울이라는 연고를 정말 잘 살리는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가변석 5천석
이랜드가 창단을 승인받고 잠실을 연고로 삼으며 가변석을 운영하겠다고 했을 때 나는 가변석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이랜드의 구장 운영 계획을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사실 가변석 운영이 힘들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터라 기대가 크지 않았지만 가변석 운영이 확정 되고 오로지 가변석만 5천석을 사용하겠다는 발표에 정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잠실이라는 그 거대한 경기장에서 오로지 5천석만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정말 신선하고 현명한 선택이지 아닐까?
2002년 월드컵 이후 K리그 대다수의 경기장은 엄청나게 큰 경기장이 많아졌다. 그렇지만 그 큰 경기장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거나 그보다 더욱 심한 경우가 많았다. 그에 따라 작년 FC 서울의 경우 2층에 현수막으로 경기장을 가렸고 올해부터는 수원 삼성도 이를 따라 2층을 막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속에서 우리의 막내는 아예 5천석만 활용하겠다고 한다. 먼저 작년 K리그 챌린지 우승팀이자 챌린지 최고의 평균 관중을 기록한 대전 시티즌이 3197명에 불과 했다는 점을 감안해서 정했다는 것이 이랜드의 준비성이 대단함을 알 수 있다.
관중들을 집중 시키기 때문에 적은 인원이지만 눈으로 보기에는 그보다 더 많은 관중이라 생각하게 만들 수도 있고 가변석이기 때문에 전용구장 그 이상의 시야를 볼 수 있기에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
신생 구단임에도 1996년 수원 삼성 이후 드디어 기업구단이라는 점과 서울이라는 연고지를 사용하는 2번째 구단(현 K리그 기준)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 관심이 그저 관심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고 행동하는 이랜드의 모습은 기존 K리그 구단들도 어느정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벌써부터 올 시즌 K리그 챌린지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뽑히고 있는 이랜드의 올 시즌 성적보다 그들이 보여줄 마케팅이 더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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