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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칼럼

- [ 칼럼] 안익수 감독의 성남행이 대승적차원이라고?


 날씨가 매우 추운 요즘 K리그 감독들에게는 더욱 겨울은 추울 것 같다. 이번 달에만 4명의 감독의 교체가 있었다. 전북의 이흥실 감독대행의 사퇴, 수원의 윤성효 감독의 사퇴 후 서정원 수석코치의 감독 승격. 그리고 2부리그로 강등된 광주도 여범규 감독을 새로 선임했고, 오늘 계속 성남행을 부인하던 안익수 감독의 성남행 확정 기사가 나왔다. 부산의 구단주이자 프로연맹회장인 정몽규 구만주께서 '대승적차원'으로 성남의 요청을 받아들여 2년의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안익수 감독을 성남으로 보내버렸다.


 

                         (부산에 질식수비라는 팀컬러를 새긴 안익수 감독, 스포츠서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어째서 같은 리그내에 있는 팀이자 부산보다 리그 순위가 낮은 팀에게 감독을 넘기면서 대승적차원으로 결정했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 그것도 구단주가 말이다. 대승적차원으로 감독을 보내준다는 것은 최강희 현 국가대표팀 감독에게나 어울리는 표현이다. 전북은 '대승적차원'으로 최강희 감독을 국가대표팀으로 보냈고, 이흥실 감독대행 체제로 시즌을 보냈다. 많은 잡음도 있었고 결국 무관으로 시즌을 끝냈다. 우승을 노리던 팀에게 아쉬운 결과였다. 이토록 갑작스러운 감독 교체는 팀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단주께서 여러가지 이유로 성남으로 안익수 감독을 보내는걸 허락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면 첫째로 성남 구단에서 구단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인물만을 감독으로 뽑으려고 했었고, 김도훈 수석코치도 신태용 감독과 마찬가지로 성적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안익수 감독밖에 대안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남 감독직을 원했던 빙가다 감독과 트루시에 감독은 아예 신경쓰지 않았던 것이다. 둘째로 강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는 감독을 원했는데 그것 또한 맞아 떨어졌다는 점이다. 성남 구단에서는 신태용 감독의 형님 리더쉽이 이번 시즌에 통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고 선수단 장악을 위해 카리스마 있는 감독을 찾은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구단주가 자신의 구단의 미래를 위해 선택하지 않고, 다른 구단의 미래를 위해 선택을 했다는 것이 말이다. 내년 시즌은 2.5팀이 강등된다. 올해보다 더 힘겨운 강등 싸움을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강등을 경쟁할 구단에게 감독을 내보낸다는 게 구단을 위한 선택인지 알수가 없다. 애초에 안익수 감독과 4년 계약을 한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싶다. 구단의 미래를 위한 결정이 아니였나? 장기 계약을 통하여 감독에게 안정적으로 자신의 컬러를 새겨서 확실한 팀컬러를 만들고 전력을 극대화 시키려던게 아니였나? 하지만 슬프게도 부산에게는 다음 시즌을 준비해서 동계훈련을 시작하기도 전에 감독부터 빨리 찾아야 하게 되었다.


 안익수 감독은 이미 부산에게 질식축구라는 팀 컬러를 새겼고, 트렌드를 만들었다. 단순한 수비축구가 아니라 색깔있는 축구를 만들었고 당연히 내년이 더 기대되는 팀이었는데, 현재 부산은 감독도 잃었고 수석 코치도 대전의 감독으로 떠났으니, 부산은 리그내 팀들에게 퍼주기만 하고 있다. 이제 내년 시즌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감독이 떠났으니 주축 선수들도 떠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게 된다면 내년 시즌 부산이 강등 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다.


 정말 대승적차원의 선택을 하고 싶었다면, 부산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대승적차원의 선택을 했으면 어땠을까? 정몽규 회장은 부산 아이파크의 구단주로서가 아닌 프로연맹회장으로서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런 대승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다가 다른 구단을 위해 대승적차원으로 강등당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