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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추리/미스터리

밀실살인게임 2.0, 우타노 쇼고


(이번 표지는 비틀즈 Please Please Me 앨범의 패러디다.)


-이번 글은 스포일러가 다소 많습니다. -









 책의 극 초반을 읽으며 당황했다. 내가 전편을 제대로 본 게 아니었나? 왜 배경이 뜬금없이 화상채팅을 하는 모습인지. 읽으면서 멍했다. 거기다 이미 죽은 콜롬보(044APD)가 채팅을 하고 있었으니. 그래서 처음엔 전작의 과거이야기 혹은 '패럴렐 월드인가'까지 생각했을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런건 없었다. 


 내가 전작을 읽을 때 날짜를 신경썼다면 금방 눈치챘겠지만 그걸 신경쓰지 않아서 이 내용이 전작의 미래이야기인 걸 몰랐다. 당황해서 펼친 전작의 날짜를 보고 그제서야 눈치챘다.


 『밀실살인게임 2.0』은 『밀실살인게임- 왕수비차잡기』의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수개월이 지난 시점이다. 전작은 열린 결말식으로 끝이 났고, 새로운 에피소드가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장소에서 모두 살아남는데 성공한 것인지, 아니면 콜롬보를 대체한 사람을 찾은 건지. 궁금증만 늘었다. 계속 읽다보니 캐릭터들이 뭔가 조금 다르다는 인상이 약간이나마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작에 나온 주인공들이 다 죽고 지금 나오는 사람들은 그들을 따라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미약하게 하며 책을 읽어 나갔다. 그리고 그 생각은 쟌가 군의 문제를 보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책의 후반부에 전작의 결말을 알 수가 있다. 원조 두광인의 폭탄을 해체하지 못했고 폭발이 일어나 거기서 쟌가 군과 두광인이 죽었다. 그리고 반도젠 교수는 사라졌고 aXe는 큰 화상을 입은 채 살아 남았다. 부상으로 입원한 aXe의 상태가 수상했고 이를 의심한 경찰이 그를 추궁하자 aXe는 살인추리게임을 경찰에 털어놓고 말았다. 그 사건을 조사하게 된 경찰이 자택에서 자료를 확인하려던 중 그 자료가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났고 그들이 펼친 살인게임을 따라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이번 소설의 등장 인물은 아예 그들의 캐릭터의 컨셉마저 따라하며 극상의 추리게임을 재현하던 것이다.


 이들이 원조를 따라한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원조와 비교했더니 재밌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이 자신이 따라하는 원조의 스타일을 상당히 오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그들의 문제 출제에 쓰인 트릭은 aXe를 제외하면 원조와 상당히 비슷하다. 반도젠 교수의 경우는 사라진 반도젠 교수 그 자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똑같다. 소설의 후반으로 가면 이들이 원조에게 상당한 존경심을 가지고 자신들은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정도로 원조의 방식에 큰 영향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원조와의 가장 큰 공통점은 콜롬보라 생각한다. 컨셉으로 채팅만 하던 것은 건너 뛰더라도 압도적인 추리력을 지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콜롬보의 문제는 이 소설 최고의 하이라이트이며 원조의 문제와 겹치면서 그 재미는 배가 됐다. 기본적인 밀실 트릭의 진실과 그 결말이 너무나 닮았기에 이 부분을 읽을때 정말 즐겁게 읽었다. 트릭의 유사함(핵심적인 그 부분)은 둘쨰치더라도 그의 마지막이 인상적이다.


 원조 콜롬보는 다른 사람(두광인)의 트릭에 이용되어 죽고 두 번째 콜롬보는 자신의 완전한 트릭을 위해 죽고 그 트릭을 두광인(2.0 주인공)이 풀어낸다. 솔직히 소설 초반은 전작보다 재미가 적었지만 후반부 콜롬보의 퀴즈는 굉장히 재밌었고 그 추리를 전개하는 과정도 정말 즐거웠다.


 오랜만에 굉장히 만족스럽게 읽은 소설이었고 최근 읽은 어떠한 책보다 재밌었다. 벌써 세 번째 작품인 『밀실살인게임 - 매니악스』가 기대된다. 과연 어떤 잔혹하고 기발한 추리게임을 보여줄 지 정말 기대된다. 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지. 주인공이 또다시 바뀔지.. 등등 벌써 호기심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