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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 추리/미스터리

- [ 일본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 용의자 x의 헌신


이 글에는 치명적인 스포일러가 적힌 글입니다. 







 용의자 X의 헌신 (2008), 용의자 X (2012),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일본 추리 소설의 거장인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134회 나오키상 수상의 영광을 준 작품이다. 최근 류승범과 이요원 그리고 조진웅을 주연으로 한 용의자 X가 개봉하면서 이 원작 소설도 덩달이 관심이 늘어났다. 나도 그 중 한 명이었으며, 친구가 이 책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이미 줄거리를 대강 알고 있었다. 야스코가 전 남편인 도마가시를 죽인다는 것을. 하지만 그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되는지는 모르기 때문에 기대해가면서 보았다. 집요하게 야스코를 괴롭히던 도마가시가 딸을 위협하자 야스코가 결국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는 이야기였다. 그것을 옆집에서 나는 소리에 찾아 온 이시가미가 잠깐 집을 본 사이에 모든 상황을 한 번에 이해하고 야스코 모녀를 도와준다. 그가 야스코 모녀를 도와주게 되는 결심에는 야스코를 좋아하는 이유가 매우 컸다. 수학 선생님인 그는 천재 수학가로 100년에 한 명 나올까 말까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는 야스코 모녀에게 자신이 시키는대로 행동하라고 지시하고, 이시가미는 야스코 모녀가 범인이 아니라는 완벽한 문제(계획)를 만들어 낸다.


 시간이 지나 경찰은 시체를 발견하고, 시체에서 피해자의 신원을 파악할 그 무엇도 발견하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엔 알아내고 그가 전 부인인 야스코를 만나려고 왔다는 증거를 포착한다. 경찰은 야스코를 용의자로 보고 수사를 시작한다. 야스코를 수사하면서 그녀에게 알리바이가 있지만 무언가 허술한 점이 느껴져서 더욱 더 수사를 하지만, 오히려 수사가 더 진행될수록 그녀가 무죄임만이 증명되가고 있었다. 경찰 구사나기는 사건이 잘 풀리지 않자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천재 물리학자인 유가와 마나부(탐정 갈릴레오)에게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용의자의 옆집에 사는 사람이 유가와의 옛 친구임을 알게 되고, 유가와는 친구인 이시가미를 만나기 위해 그의 집으로 간다. 


 오랜만에 만나서 그와 시간을 보냈는데, 그에게서 예전과 다른 무언가를 느끼게 된다. 예전과 다른 이시가미를 보다 유가와는 사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경찰과는 별도로 혼자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유가와가 사건에 개입하면서 이야기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인해 이시가미가 만든 문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결국 유가와는 이시가미가 범행을 도와주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와 만나서 그 사실을 알린다.


 야스코를 지키기 위해 이시가미는 최후의 수단으로 경찰에 자수를 하고, 야스코의 스토커인 척 연기를 한다. 이시가미의 자백은 모든게 맞았고, 어느 것 하나 틀린 점이 없었다. 하지만 유가와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것에 괴로워 한다. 친구의 선택을 지켜주고 싶지만, 자신은 그것을 그냥 보고 있을 수도 없는 그는 야스코에게 이시가미가 당신을 위해 한 희생과 헌신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반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야스코의 선택을 보여주며 끝난다.




 추리 소설을 읽은 게 얼마만인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허나 이런 식의 추리 소설은 처음 본 작품이란 건 안다. 우리는 살인 사건을 보고, 범인도 알고 수법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숨기기 위한 이시가미의 트릭도 경찰의 수사가 진행 되가면서 알게 된다. 다른 추리물과 다르게 살인자가 자신을 쫒는 탐정을(혹은 경찰) 뿌리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살인자가 문제를 내고 탐정은 그 문제를 풀어서 다가가는 내용을, 양쪽의 시점으로 보게 된다. 친구인 탐정 유가와의 등장으로 사건은 급속도로 변해간다. 그의 등장은 이야기의 전개를 빠르게 했다. 그가 추리에 성공할 것이라는 것은 이야기 흐름상 당연해 보였고, 그렇다면 이시가미는 어떻게 나올 까? 하는 호기심으로 읽어나갔다. 솔직히 책장을 넘겨가면서 전개가 예상이 되고, 그로인해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유가와가 밝혀낸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니 엄청난 반전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전을 보고 이시가미의 문제가 얼마나 기가막힌 건지도 알게되고, 식상하다고 생각한 나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려버렸다. 그래도 결말은 뻔했지만. 물론 그게 최선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소설은 이시가미의 헌신적인 사랑에 주목하는 이가 많다.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이 소설은 '연민'이다. 궁극적으로 말이다. 이시가미와 야스코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야스코는 그에게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하고 그가 도와줄때 감사함과 미안함 뿐이었다. 구도의 등장으로 그녀는 구도에게 사랑을 느꼈고, 이시가미는 오히려 그 사랑을 방해하는 존재가 되버린다. 야스코의 딸 미나토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이시가미에게 잘해야한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자신의 어머니를 좋아해서 도와주는 이시가미에게 느끼는 연민의 말이 아닐까? 그리고 모든 사실을 알아버린 유가와가 자신의 친구인 그에게 느끼는 감정 또한 연민이 아니였을까? 마지막 야스코의 선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소설의 끝은 해피엔딩이 아니였으며,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고 기쁘지 않았다. 그저 연민이라는 감정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