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축구/▶ 칼럼

자칭 울트라스의 난동, 이랜드의 전 관중 서포터화에 명분을 주다

 지난 일요일 역사적인 서울 이랜드 FC의 첫 경기가 있었다. 이랜드는 경기력을 제외하고 많은 축구팬들에게 신선함을 주었고 앞으로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잔칫날에 재를 뿌리는 존재들이 있었는데 오늘은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한다. 왜 서울 이랜드 FC가 공식적인 서포터즈 운영을 반대하고 전 관중이 서포터화가 되기를 바라는 지를 알려주던 사건을 말이다.



 (역사적인 첫 경기의 킥오프 장면을 방해한 무리들 - 사진출처 네이버 이랜드 카페)


킥오프의 순간은 모두가 기다리는 순간이다. 거기에 창단 첫 경기의 킥오프라면 모두가 그라운드에 집중하고 기대하고 있을 장면이다. 그런 중요하고 의미있는 순간을 망쳐버리고 난동을 피운 사람들이 있다. 자칭 이랜드의 '울트라스'라 칭하는 사람들이 역사적인 킥오프 순간에 일어나서 '팬 의견을 무시하는 이랜드'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그 근처에서 축구를 즐기려고 한 관중들은 그 자칭 '울트라스' 때문에 역사의 한 순간을 놓쳤다. 이후 구단 경호원들이 나서서 막으려 하니 폭력을 사용하고 근처 관중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고 한다. 이 날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 본 필자는 이랜드 FC의 관중에 가족단위가 많음에 놀라고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했는데 저런 생각없는 사람들 때문에 그 가족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지 않게 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걱정이 든다.


별도의 서포터즈를 원하지 않는 이랜드


 이랜드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지지하던 부분이 여러가지 있지만 그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이 '서포터즈를 운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일반 관중들과 따로 노는 서포터가 아닌 전 관중이 함께 이랜드를 응원하는 서포터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한 효과를 더욱 주기 위해서 가변석을 E석에 집중한 것이 아닐까?


 기존 구단들은 N석을 응원석으로 정하고 (일부 구단은 S석을 쓰지만 일반적으로 N석) E석을 일반석으로 지정해 두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응원은 N석만 죽어라 하고 E석은 그저 지켜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랜드는 이러한 N석과 E석의 거리감을 줄이기 위해 E석에 홈 팬들을 모두 모아두고 자발적인 응원을 기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기존 타 구단의 서포터가 잘못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존 서포팅에 사용되는 용어들이 일반 팬들에게 생소하고 난해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부 팬들에게 거부감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거기에 그들의 거친 이미지가 (이번 사건에서도 그렇고) 일부 팬들 때문에 있기 때문에 그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볼 수 있다.


 잉글랜드처럼 전 관중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원하는 이랜드는 따로 서포팅 리딩을 두고 그 집단의 주도로 이어가게 원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잉글랜드의 경우 훌리건 문제로 강제되어 현재의 모습이 된 것이지만 이랜드가 잉글랜드의 응원 문화를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서 레울파크에서 안필드의 'YNWA'과 같은 구단을 상징할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스스로 이미지를 깎아 내린 자칭 '울트라스'



 네이버 이랜드 팬카페에 올라온 사건의 주모자들의 사과문이다. 이 글을 읽고 정말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오로지 자신들의 행위 (강경노선의 서포팅)을 하기 위해 변명을 하는 모습이다. 그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니 화가나서 화풀이를 했다는 내용이나 마찬가지고 앞으로 꼭 자신들의 응원 방식대로 응원을 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사과문에 적힌 내용을 보면 구단 직원들의 행동에 불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들의 노선과 구단 측이 크게 엇갈린 결과가 아닐까? 그들이 구단이 원하는 서포터의 노선을 보여줬다면 지속적인 대화가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 노선의 차이는 일요일에 있었던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울트라스'를 곱게 보는 시선은 별로 없다. 그리고 그 울트라스가 서포터즈라는 집단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행위가 서포터즈라는 집단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형성시켰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개막전 난동 덕분에 이랜드는 우리가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서 별도의 서포터즈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는 명분을 세워줬다.


 올 시즌 이랜드는 E석 스탠드를 위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울트라스' 같은 집단이 등장하는 것을 좋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구호나 언동이 가족 단위 팬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이 물론 가족단위 관중이 줄어들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식에게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에 두고 싶을까?


 그들의 의도가 정당하다고 해도 '만취'된 상태에서 '폭행'과 '욕설'을 하면서 '난동'을 피운 것은 정당화 될 수 없다. 구단 측에서도 다음에 이러한 일이 또 일어난다면 강경한 대응을 해서 막아야 한다.



(개막전 이랜드 관중의 모습, 사진출처 - 스포츠 경향)


서포터는 필요하다, 그러나...


 홈 개막전 분위기에 대해 안양이 압도했다는 이야기가 많다. 물론 서포터를 운영하는 FC 안양이고 워낙 서포터들의 열정이 대단한 팀이기 때문에 신생팀이 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랜드의 팬들이 보여준 모습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어느 백인 이랜드 팬이 시작한 'SEFC 짝짝짝짝'과 멋진 플레이를 보여준 선수에게 콜을 해주는 모습과 상대팀에게 야유를 다같이 하는 모습은 확실히 신선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그렇지만 이제 첫 경기를 했을 뿐이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이랜드의 역사는 이제 시작이다. 자발적으로 새로운 응원 문화가 생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을 개막전에 보여줬다. 아무도 준비하지 않았는데 그들은 'SEFC'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었고 누가 리드하지 않아도 다같이 상대에 대한 야유를 날리고 있었다. 


 물론 이 날 경기장에 찾은 팬들 중에 응원이 부족해서 서포터의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여론이 형성 되는 것을 울트라스 분들이 줄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아직은 응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는 앞으로 이랜드 팬들이 고민해야 할 숙제다. 비시즌에 팬들과의 간담회에서 나온 응원 방식처럼 모두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기를 바란다. 꼭 '알레알레'를 외치거나 외국어를 섞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포항 스틸러스의 '영일만 친구'나 울산 현대의 '잘가세요'같은 노래를 보고 싶다. 


 조금이 시간이 더 필요하겠지만 이랜드는 충분히 K리그에 새로운 응원문화를 정착시킬 것으로 보인다. E석에 앉은 그 모두가 이랜드를 외치며 응원하는 모습이 레울파크의 상징이 되는 모습이 말이다. 그런 미래를 상상하며 발전하는 이랜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