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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칼럼

피파가 인정하는 K리그 최고의 클래식컬 더비 '동해안 더비'

 많은 사람들이 슈퍼매치만 피파가 인정하는 K리그의 경기로 알고 있지만 한 경기가 더 있다.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2개의 라이벌이 피파에 소개 되고 있는 데 슈퍼매치와 동해안 더비다. K리그 클래식에서 가장 클래식하고 오랜 역사를 가진 두 팀의 경기는 슈퍼매치 못지 않은 스토리가 존재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관중으로 인해 언론에서도 크게 비춰주질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다. 이번 주말 K리그 클래식 2라운드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지는 시즌 첫 동해안 더비를 기념해서 이들의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FIFA가 선정한 세계의 라이벌



(피파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FIFA가 선정한 더비를 FC 서울과 수원 삼성 블루윙즈의 '슈퍼매치'만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포항 스틸러스와 울산 현대의 '동해안 더비'도 같이 소개되고 있다. 참고로 피파가 선정한 7대 더비로 슈퍼매치가 홍보되곤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자세한 글은 이 블로그에 따로 쓴 글이 있으니 시간있으시다면 보는 것을 추천) 팀의 역사가 K리그 역사와 함께하다보니 가장 오래 된 더비 매치다. 언론의 관심이 '슈퍼매치'에 쏠려있지만 K리그에서 가장 클래식컬하고 더비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더비는 동해안 더비라고 생각한다.


 1980년 대 K리그는 광역지역연고를 시행하고 있었고 1989년 부터 91년까지 도시지역연고제로 전환이 완료 되었다. 그에 따라 강원도를 연고로 하고 있던 현대 호랑이는 울산 현대로 정착했고, 대구와 경북을 아우르던 포항제철 아톰즈는 포항으로 연고지 정착을 확정지었다. 그렇게 연고지가 확정되고 두 팀에게 미묘한 라이벌 기류가 있었지만 크게 터지진 않았고 1998년 PO에서 이 두팀의 라이벌 관계가 시작되었다.



김병지의 헤딩골부터 김원일의 95분 기적골까지


      (김병지의 헤딩골은 5분 45초 부터 보시면 된다.)


 역대 플레이오프 경기 중 최고의 경기로 꼽히는 1998년 K리그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을 포항의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는데 1:1로 진행되던 경기가 후반 추가시간에 양 팀이 1골 씩 주고 받으며 2:2로 끝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경기종료 직전에 백승철 선수의 결승골로 포항이 3:2 펠레스코어로 승리했다. (백승철 선수의 캐넌슛) 2차전은 울산에서 펼쳐졌는데 1차전과 마찬가지로 1:1인 상황에서 후반 추가시간이 주어졌다. 울산이 박스 밖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골키퍼인 김병지까지 프리킥 공격에 참여했다. 결과는 K리그의 전설로 남은 헤딩골을 김병지가 기록하고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하게 되었다.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두 팀은 승부차기까지 가게 되었고 거기서 울산이 승리하면서 이 두팀의 역사의 남을 명승부의 주인공이 되었다. 


 울산의 김병지가 동해안 더비의 서막을 헤딩골로 만들었다면 2001년 김병지의 포항 이적으로

이 두 팀의 관계에 불을 지폈다. 김병지가 포항으로 이적하고 울산이 포항을 상대로 고전해서 김병지의 저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울산 팬들이 얼마나 화가 치밀었을 지 충분히 상상 가능하다.


 그 뒤로 두 팀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간접적으로 서로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많았다. 2002년 K리그 최종 라운드에서 울산이 당시 1위 성남 일화를 승점 2점 차로 따라 잡았는데 성남의 마지막 라운드 상대였던 포항이 성남에게 대패를 당하며 울산의 96년 이후 2번 째 별을 노리던 목표를 좌절시켰다. 그 다음 시즌에도 울산은 성남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으니 02 시즌이 매우 아쉬운 시즌이었다.


 2004년 4강 플레이오프가 부활하고 포항과 울산이 만났는데 울산에서 이적 온 김병지가 울산의 슈팅을 모두 막아냈고 포항은 슈팅 5개, 유효 슈팅 1개, 1골로 승리를 가져갔다. 이 김병지의 저주는 그 뒤로도 이어졌다. 


 2007년에는 6강 플레이오프 제도로 확장 시행한 시즌인데 첫 시행부터 폐지가 논의 되었던 시즌이다. 리그 5위로 마친 포항이 4위 경남과의 경기에서 승부차기까지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고 3위 울산이 6위 대전을 상대로 홈에서 2:0 가벼운 승리를 거두고 동해안 더비가 성사되었다. 울산 홈에서 펼쳐졌던 이 경기에 무려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아왔고 울산 팬들은 자신들의 승리를 예상하며 포항 팬들을 향해 도발을 했다. 그러나 결과는 포항의 2:1 승리였고 그 기세를 이어 수원의 홈에서 펼쳐진 플레이오프에서 박원재의 결승골에 힘입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당시 챔피언결정전 상대는 성남 일화였고 챔피언결정전은 홈 어웨이로 진행 되었는데 1차전이 포항의 홈에서 펼쳐졌고 결과는 3:1 포항의 완승으로 끝났다. 이 충격의 여파가 컸는지 성남 홈에서 펼쳐진 2차전도 포항이 1:0 승리를 가져가며 드라마를 완성시켰다. 당시 포항의 감독이었던 파리아스 감독의 이름을 따서 파리아스 매직 신드롬이 일었을 정도로 포항의 기적적인 우승이었다.


 2008년 6강 PO에서 울산과 포항이 만났는데 당시 울산의 김정남 감독의 수면축구 전략에 경기는 승부차기까지 갔고 승부차기에 당시 무명이었던 김승규를 투입하는 도박을 두었다. 그 도박은 완벽하게 적중하고 준PO에 울산이 진출했다. 아쉽게도 울산은 파리아스 감독의 매직같은 일은 없었고 당시 챔피언결정전은 슈퍼매치로 이루어졌다.( 그 해 챔피언결정전은 아직까지 회자가 되는 명경기 였으며, 눈 내리는 빅버드에서 경기 종료 휘슬 후 양 팀의 희비교차는 드라마의 끝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울산으로 이적한 설기현, 사진출처- 스포츠조선)


 2011년에는 포항을 배신하고 하필 울산으로 이적했던 설기현이 포항을 상대로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걸로 끝나면 섭섭하다. AFC 챔피언스 리그 티켓이 3.5장으로 줄어드는 바람에 3위를 기록해도 본선에 직행했던 것이 ACL 플레이오프를 거치게 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울산과 포항이 플레이오프에서 만났으니 이 얼마나 질긴 악연인가. 당시 울산의 주전이었던 김영광 골키퍼가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08년 포항에게 악몽을 선사했던 김승규가 선발 출전했다. 그 악몽의 기억 덕분인지 포항은 전반에 얻은 PK 2개를 모두 실패했다. 오히려 후반 울산이 얻어낸 PK를 설기현이 넣으면서 포항은 홈에서 울산에게 패배하고 ACL 본선 직행 티켓도 잃고 말았다.


 지금까지 적은 이들의 악연인 이 이야기를 적기 위한 서막에 불과하다. 개인적으로 역대 최고의 마지막 라운드 경기로 평가하는 2013시즌 K리그 최종 라운드다. 당시 울산이 조기 우승을 확정 짓는 분위기였으나 최종전을 앞두고 승점을 쌓지 못하는 슬럼프에 빠졌고 결국 최종라운드까지 울산의 우승인지 포항의 역전 우승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당시 울산은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고 포항은 무조건 승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경기는 울산의 홈 구장인 문수 월드컵 경기장에서 펼쳐졌는데

0의 공방만이 계속되었다. 그리고 시간은 90분을 넘었고 울산 홈 팬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고 경기에 뛰지 못했던 김신욱은 우승 셀레브레이션을 준비하기 위해 벤치로 내려왔다.


 모든 사람들이 울산의 우승을 예감하던 순간 김원일의 K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인 결승골을 기록했고 울산 선수들과 팬들은 좌절하고 말았다. 포항은 외국인 선수 없이 더블(FA컵,리그 우승)을 기록한 최초의 팀이 되었고 울산의 김호곤 감독은 우승을 하지 못한 책임을 진다며 자진 사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15 첫 동해안더비


 지금까지 동해안더비의 역사적인 순간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면 이제 앞으로 있을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올 시즌 두 팀에게 많은 변화가 있었다. 두 팀 모두 지난 시즌 실패를 겪였는데 울산은 암흑기였다고 해도 무방할 시즌이었고 포항은 에이스의 이탈로 인한 내리막을 보여준 시즌이었다. 그런 두 팀에게 약점이었던 것들이 보완되었는데 먼저 울산은 J리그에서 성공적인 지도자 생활을 지낸 윤정환 감독을 데리고 왔고 포항의 경우 외국인 선수가 없었던 쇄국축구에서 벗어나고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강하며 이번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K리그 클래식 1라운드에서 양 팀 모두 승리를 거뒀기때문이다. 포항은 지난 시즌 자신들을 괴롭혔던 수원에게 복수에 성공했고 울산은 새 감독 선임 첫 경기에서 서울을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며 윤정환식 신 철퇴축구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런 두 팀이 이번 주말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라운드에서 맞붙는다.



 수년 전에 한 축구 커뮤니티에서 K리그에 있는 더비에 대해 글을 썼는데 대부분의 더비가 억지스러운 것들이 많았다. 그런 글이었지만 아직까지도 기억이 남는 부분이 있는데 그게 바로 포항과 울산의 더비를 클래식 더비라 표현한 부분이었다. 정말 말 그대로 K리그 최고의 클래식 더비가 바로 동해안 더비가 아닐까? 



-2015 현대 오일뱅크 2라운드 포항 스틸러스 vs 울산 현대 호랑이의 시즌 첫 동해안 더비는

KBS 1 TV에서 3월 15일(일) 14:15 분에 생중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