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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 칼럼

'축구 수도'와 '축구 특별시'2년 만의 만남

 슈퍼매치 승리 이후 최근 K리그 클래식 팀 중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수원 삼성과 K리그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안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대전이 이번 주말에 만난다. 흔히 양학이라 불릴만한 두 팀의 경기는 조금 잊혀지고 알려지진 않았지만 예전부터 꽤나 앙숙인 관계다. 한 때 수원이 잘나가든 못나가든 대전의 홈에서는 좀처럼 이기지 못하는 징크스가 있었다. 그 시절 대전은 수원에게 굉장한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신기하게도 리그에서 골이 없거나 활약이 미미해서 방출이 유력하던 외국인 공격수들이 수원을 만나면 골을 넣는 경우가 잦았다. 필자의 지인이 수원 골수 팬이어서 같이 퍼플아레나에 두 팀의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경기는 굉장히 험악했고 웬만한 다른 더비에 꿇리지 않은 분위기를 연출했었다.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내 머리속에 남아있고 이들의 관계에 대한 글을 적어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알리려고 한다.



이야기의 시작


 수원 삼성은 엄청난 평균관중을 꾸준히 기록하면서 '축구 수도'라는 자랑스러운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대전 시티즌은 시민구단임에 불구하고 높은 2003년 1.9만에 가까운 평균관중을 기록하면서 '축구 특별시'라는 별칭이 생겼다. 잘나가는 기업구단과 다른 시민구단보다 조금 잘나갔던 평범한 시민구단이라는 점에서 접전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았지만 수원이 대전 원정에서 꽤 오랜시간을 고전하면서 이들의 관계가 부곽되기 시작했다.



 (당시 11연승을 달리던 수원이 대전에게 패해 연승 기록이 멈췄다. - 사진 출처 수원 삼성)

 이 무승의 세월이 굉장히 길었는데 수원을 대전을 상대로 2003년 부터 시작해서 2007년 리그 개막전에서 수원이 승리할 때 까지 9무 5패라는 엄청나게 초라한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그마저도 홈에서의 승리였고 원정에서의 무승은 지속될 정도로 지겨운 악연이었다.




 (차범근 수원 감독의 통산 100승과 14경기 연속 무승을 깨버렸던 날 - 사진 출처 수원 삼성)


 그리고 수원에게는 대전 징크스 말고도 꽤 유명한 연예인에 대한 징크스가 있었다. 수원 팬들이라면 그녀의 얼굴이나 이름을 보면 치를 떨고 두려워할 정도로 그녀가 경기장에 오면 굉장한 결과를 가져왔다. 그녀는 바로 배우 이다해다. 그 당시 수원은 모기업 삼성의 광고 모델을 자주 경기장에 불러 시축 행사를 했었는데 삼성 하우젠의 모델이었던 이다해도 당연히 경기장을 찾았었다. 2번의 수원의 홈 경기에 초대받고 시축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 경기에서 모두 패배했다.


 그냥 패배해도 기분이 나쁜데 그 경기의 중요도는 굉장히 높았다. 첫 번째 2006년 이다해가 시축했던 경기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었고 수원은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두 번째 2007년에는 플레이오프였는데 포항에게 패배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이다해 징크스라는 말이 여러 곳에서 나오다보니 수원 팬들은 이다해 시축을 거부하고 나섰고 그 뒤로 수원의 홈에서는 그녀를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또 다른 징크스의 주인공 대전이 그녀를 자신들의 홈 경기에 그것도 수원과의 경기에 초대했다.



(당시 대전과 수원의 중계화면. 무서운 그녀 이다해가 보인다.)


 이 경기는 수원이 지긋한 대 대전전 무승을 끊었던 07년을 지나 08년도의 경기였는데 그녀의 위력과 대전 원정 징크스가 합쳐지니 경기 결과는 1:0 대전의 승리고 끝이났다. 



(당시 인터넷을 돌아다니던 짤방)


이관우와 고종수, 그리고 감독 김호


 이다해 징크스니 지긋지긋한 무승 징크스만 있었다면 그저 "웃긴 K리그 이야기가 예전에 있었습니다." 라는 식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그런 글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에는 흔히 라이벌 관계의 지폭제 역할을 하는 스타 플레이어의 이적이 있었다. 바로 대전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이관우와 수원에서 고-데-로 트리오의 일원으로 전성기로 보냈던 고종수가 팀을 옴긴 일이다.


 물론 이관우만 직접 이적이었고 고종수는 여러 팀을 옴기고 임의탈퇴의 시간도 보내다 무적 신분으로 옛 스승인 김호 감독에게 돌아갔지만 각 팀의 상징이었던 선수가 유니폼을 바꿔서 만난 것은 사실이다. 이 두 선수 말고도 대전에서 데뷔한 배기종도 수원으로 이적했기에 대전 팬들은 수원을 굉장히 싫어했다.


 이 두 팀의 관계가 언론에 주목을 가장 받던 시기는 2007년이다. 대전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대전의 미래로 기대받던 배기종이 수원의 유니폼을 입었으며 대전에는 수원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호 감독과 그의 애제자이자 앙팡테리블로 불리던 고종수가 있었다. 이 덕분에 양 팀 팬들은 조금씩 라이벌의식을 키워갔으며 서로의 경기 결과에 꽤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2007년 시즌은 서로에게 중요한 시즌이었다. 수원에게는 2004년 이후 없었던 우승을 위해 분데스리가에서 에두를 영입하고 국내 최고의 스타인 안정환까지 영입하며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했었다. 그리고 대전은 김호 감독 체제에서 6강 플레이오프를 노리던 시즌이라 기대감이 남달랐다.


 이 두 팀의 경기는 시즌 개막전과 전기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펼쳐졌는데 재밌게도 수원은 홈에서 대전 징크스를 끊었지만 원정 징크스는 계속 유지했다. 대전의 홈에서 펼쳐지는 경기에서 대전의 외국인 선수의 득점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 때의 경기에서도 외국인 공격수 슈바의 결승골로 1:0으로 끝이났다. 


 언론과 팬들에게 받았던 주목도에 비해 드라마틱한 결과는 없었지만 이 시즌 대전은 김호 감독하에서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고, 수원은 아쉽게도 리그 2위를 차지하고 PO에 돌입했으나 파리아스 매직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 후


 2008년 대전 상대로 홈 경기에서의 무승을 끊었던 수원이지만 원정 징크스는 계속 남아있었다. 2011년 6월 25일 수원이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3:1로 승리하기까지 대전 원정 징크스는 약 8년여 수원을 괴롭혔다.


 08년도 이후 수원은 홈에서 지속적으로 대전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전 팬들은 자신의 홈에서 만큼은 수원에게 지지 않음을 자신했었지만 대전은 꾸준히 구단 내에 안 좋은 이야기가 품어져 나왔고 이는 2011 시즌 폭발한다. 대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었던 K리그 승부조작 사건이었다. 그 범죄자 덕분에 대전은 완전히 하위권 팀이라는 꼬리표를 받았다.


 그렇게 완전히 잊혀질 뻔 했지만 2012시즌 만큼은 수원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어린이날 펼쳐진 대전의 홈 경기에서 와플 폭격기 케빈의 2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고, 8월에 있었던 수원의 홈 경기에서는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 경기는 대전의 입장에서 매우 아쉬운 경기였다. 케빈과 김형범의 연속 골로 2:1로 수원을 상대로 앞서나갔지만 추가시간 하태균에게 실점하며 아쉬운 무승부를 기록했다.


 대전이 박은호와 케빈의 활약으로 조금 좋은 모습을 보여주나 싶었지만 시즌은 14위로 마감했고 그 시즌에 신기하게도 수원에게 상대전적을 앞서는 기적을 보여주며 수원 상대로 아직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하지만 2013 시즌 처참한 수준으로 수원에게 홈,원정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털렸다. 그 대전을 완벽하게 농락했던 선수가 정대세라는 것이 재밌다. 정대세에 대한 K리그 이적설이 있던 당시 대전이 적극적으로 그를 영입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정대세는 수원이라는 빅클럽에서 뛰고 싶어서 대전의 제의를 거부했었고 그런 그가 수원에서 대전을 상대로 헤트트릭을 기록하며 수원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그 시즌 대전은 12시즌과 같은 14위를 기록했지만, 14 팀 중에서 14위였기 때문에 다이렉트 강등을 당했다. 그 시즌 수원은 리그 5위를 기록하며 우승을 경쟁하는 팀으로서의 이미지가 사라지는 중이었다.


 2014 시즌은 대전의 강등으로 인해 양 팀의 경기는 없었지만 14 시즌은 양 팀에게 의미가 깊은 시즌이었다. 대전은 K리그 챌린지에서 굉장한 모습을 보여주며 정말 오랜만에 이기는 축구를 펼쳤고 수원은 리그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다시 우승을 노릴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주말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을 주는 이 둘의 경기가 있다. 지난 주에 있었던 슈퍼매치의 여파도 있지만 아마 대전이 시즌 초반 너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라 본다. 그리고 수원은 지금 굉장히 좋은 모습이고 대전은 정반대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대전이 수원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